[R3 리뷰] 일본 GP FP2 — 피아스트리가 끊어낸 메르세데스의 금요일, 그리고 0.7초 뒤에서 시작된 두 개의 경보
금요일 오후, 스즈카의 순위표가 뒤집혔다. 오전 FP1을 메르세데스 1-2로 닫았던 흐름은 FP2의 소프트 런 한 번에 무너졌고, 그 자리를 오스카 피아스트리의 1분30초133이 채웠다. 격차는 0.092초, 손끝 하나 차이다. 그러나 이 세션의 진짜 뉴스는 맨 앞이 아니라 그 뒤에 있었다. 페라리는 0.7초, 레드불은 1.4초 뒤였고, 루이스 해밀턴의 체념 섞인 무전과 막스 베르스타펜의 언더스티어 호소가 같은 한 시간 안에 겹쳤다.
📌 한눈에 보기
- 세션 최속 —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 1:30.133. 2위 키미 안토넬리와 0.092초, 3위 조지 러셀과 0.205초.
- 판을 바꾼 한 번 — 첫 소프트 런. 미디엄 대비 약 1초의 도약이 나왔고, 맥라렌이 그 한 방을 가장 깔끔하게 썼다.
- 맥라렌의 반등 — 멜버른 스타트 불발, 상하이 더블 DNS를 겪은 팀이 금요일 세션 톱 타임을 찍었다.
- 두 강팀의 경보 — 샤를 르클레르 5위(+0.713), 베르스타펜 10위(+1.376). 레드불은 사이드포드 인렛·플로어 개정과 신규 엔진 커버까지 얹고도 중위권에 머물렀다.
- 신뢰성 문제 다발 — 란도 노리스 유압 누유, 아르비드 린드블라드 기어박스, 가브리엘 보르톨레토 차량 문제, 알렉산더 알본 스로틀.
- 노면과 타이어 — 섹터2·3을 턴17까지 확장 재포장한 그린 트랙에 C1·C2·C3. 레인지에서 가장 단단한 3종이고, C1은 2026 시즌 첫 투입이다.
🏁 세션은 이렇게 흘러갔다
초반 — 개러지에 갇힌 사람들
FP2는 시작부터 온전하지 않았다. 노리스가 유압 누유로 첫 23분을 개러지에서 보냈고, 루키 린드블라드는 기어박스·기어시프트 문제로 사실상 코스에 나서지도 못했다. 보르톨레토는 차량 문제로 11랩만 소화했고, 알본은 스로틀 문제로 잠시 차를 세웠다가 복귀했다. 재포장으로 매끈해진 노면은 예상대로 그립이 낮았고, 세션 초반은 데이터를 쌓는 시간에 가까웠다.
중반 — 소프트가 순서를 다시 썼다
컴파운드가 소프트로 넘어가자 랩타임이 한 계단 내려앉았다. 피아스트리는 첫 소프트 런에서 곧바로 세션 베스트를 찍었다. 미디엄 대비 약 1초. 안토넬리가 0.092초 뒤에서, 러셀이 다시 0.113초 뒤에서 따라붙었지만 오전의 메르세데스 1-2 구도는 이 시점에 끝났다. 뒤늦게 코스에 나온 노리스는 4위 1분30초649, 선두와 0.516초 차로 세션을 마쳤다. 온전한 주행 시간을 얻지 못한 결과다.
종반 — 롱런에서 드러난 서열
레이스 시뮬레이션 구간에서 메르세데스는 두 세션에 걸쳐 세 가지 컴파운드를 모두 돌리며 롱런 데이터를 확보했다. 반면 페라리는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해밀턴은 무전으로 차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털어놨고, 르클레르와 함께 선두권에 0.7초 이상 뒤진 채 금요일을 닫았다. 레드불은 더 나빴다. 베르스타펜은 심한 언더스티어를 호소하며 10위, 선두와 약 1.4초 차였다.
⚡ 터닝 포인트
원인은 노면에 있었다. 스즈카는 2025년을 앞두고 섹터1을 손봤고, 이번에는 섹터2·3을 턴17까지 재포장했다. 노면은 매끈해졌지만 그만큼 새것이었다. 여기에 피렐리가 레인지에서 가장 단단한 C1·C2·C3를 가져왔고, C1은 이번이 2026 시즌 첫 투입이다. 단단한 컴파운드와 그린 트랙이 만나면 미디엄으로는 좀처럼 진짜 페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전개는 그래서 극적이었다. 소프트가 들어가는 순간 미디엄 대비 약 1초가 통째로 열렸고, 그 창을 가장 먼저, 가장 깨끗하게 통과한 것이 피아스트리였다. 첫 시도에서 바로 세션 베스트. 재주행으로 시간을 벌 필요조차 없었다.
파장은 세 갈래다. 첫째, 개막 두 라운드를 나눠 가진 메르세데스의 금요일 독주 서사가 처음으로 끊겼다. 러셀조차 맥라렌의 페이스를 진짜라고 인정했다. 둘째, 맥라렌에게 이 톱은 단순한 연습 세션 기록이 아니다. 멜버른에서 피아스트리가 출발조차 하지 못했고 상하이에서는 두 대가 모두 더블 DNS로 스타트를 놓쳤던 팀이, 3라운드 만에 순수 페이스로 앞에 섰다. 셋째, 페라리와 레드불에게 금요일은 셋업 미세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방향 수정을 요구하는 밤이 됐다. 특히 레드불은 이 주말 대형 업그레이드를 들고 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무겁다.
한 가지 더. 메르세데스는 금요일 내내 에너지 매니지먼트가 까다로웠다고 밝히면서, 예선에서 개선할 지점으로 마지막 시케인을 지목했다. 이 주말 예선의 회생 한도가 9.0MJ에서 8.0MJ로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토요일의 승부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첫 힌트다.
📊 결과
| 순위 | 드라이버 | 팀 | 랩타임 | 격차 | 랩 수 | 주요 장면 |
|---|---|---|---|---|---|---|
| 1 | 오스카 피아스트리 | 맥라렌 | 1:30.133 | — | 29 | 첫 소프트 런에서 곧바로 세션 베스트, 메르세데스의 금요일 독주를 끊었다 |
| 2 | 키미 안토넬리 | 메르세데스 | 1:30.225 | +0.092 | 28 | FP1 2위에 이어 상위권 유지, 밸런스는 밤새 손볼 과제로 남겼다 |
| 3 | 조지 러셀 | 메르세데스 | 1:30.338 | +0.205 | 29 | FP1 최속에서 3위로, 팀메이트에 0.113초 뒤졌다 |
| 4 | 란도 노리스 | 맥라렌 | 1:30.649 | +0.516 | 17 | 유압 누유로 첫 23분 결장, 필드 최소권 주행량 |
| 5 | 샤를 르클레르 | 페라리 | 1:30.846 | +0.713 | 28 | 페라리 최상위지만 선두권과 0.7초대 열세 확인 |
| 6 | 루이스 해밀턴 | 페라리 | 1:30.980 | +0.847 | 27 | 무전으로 차에 대한 신뢰 부족을 호소 |
| 7 | 니코 휠켄베르그 | 아우디 | 1:31.441 | +1.308 | 27 | 중위권 선두, 아우디 두 대 중 유일하게 정상 주행량 확보 |
| 8 | 알렉산더 알본 | 윌리엄스 | 1:31.496 | +1.363 | 30 | 스로틀 문제로 잠시 정차했다 복귀, 그럼에도 30랩 소화 |
| 9 | 올리버 베어만 | 하스 | 1:31.498 | +1.365 | 28 | 하스 최상위, 베르스타펜을 0.011초 앞섰다 |
| 10 | 막스 베르스타펜 | 레드불 레이싱 | 1:31.509 | +1.376 | 29 | 심한 언더스티어 호소, 신규 업그레이드에도 10위 |
| 11 | 에스테반 오콘 | 하스 | 1:31.532 | +1.399 | 30 | 팀메이트 베어만과 0.034초, 하스 두 대가 나란히 배치 |
| 12 | 리암 로손 | 레이싱 불스 | 1:31.590 | +1.457 | 31 | 세션 최다 31랩 주행 |
| 13 | 카를로스 사인스 | 윌리엄스 | 1:31.608 | +1.475 | 30 | 30랩 롱런 소화, 팀메이트와 0.112초 차 |
| 14 | 피에르 가슬리 | 알핀 | 1:31.734 | +1.601 | 29 | 알핀 최상위 |
| 15 | 아이작 아드자르 | 레드불 레이싱 | 1:31.759 | +1.626 | 29 | 베르스타펜보다 0.250초 뒤, 레드불 두 대 모두 1.4초 안팎으로 밀렸다 |
| 16 | 가브리엘 보르톨레토 | 아우디 | 1:31.933 | +1.800 | 11 | 차량 문제로 주행량 급감 |
| 17 | 프랑코 콜라핀토 | 알핀 | 1:32.438 | +2.305 | 28 | 팀메이트 가슬리에 0.704초 뒤 |
| 18 | 발테리 보타스 | 캐딜락 | 1:32.615 | +2.482 | 28 | 캐딜락 두 대 중 앞, 데뷔 시즌 3라운드 |
| 19 | 페르난도 알론소 | 애스턴 마틴 | 1:33.596 | +3.463 | 24 | FP1을 크로퍼드에게 넘긴 뒤 복귀, 24랩 확보 |
| 20 | 세르히오 페레스 | 캐딜락 | 1:33.689 | +3.556 | 14 | 주행 14랩, 팀메이트와 1.074초 차 |
| 21 | 랜스 스트롤 | 애스턴 마틴 | 1:33.951 | +3.818 | 21 | 애스턴 마틴 두 대 모두 최하위권, 팀메이트 알론소와 0.355초 차 |
| 22 | 아르비드 린드블라드 | 레이싱 불스 | — | — | 1 | 기어박스·기어시프트 문제로 랩타임 미기록 |
상위 6명이 0.847초 안에 들어왔지만, 그 안의 분포가 문제다. 맥라렌과 메르세데스 네 대가 앞쪽 0.516초를 나눠 가졌고, 페라리 두 대는 그 뒤에 따로 떨어져 있다. 7위 휠켄베르그부터 15위 아드자르까지는 0.318초 안에 아홉 대가 몰렸다. 베르스타펜이 그 덩어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금요일 밤 레드불의 현실이다.
🎙️ 패독의 목소리
세션의 부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은 무전이었다. 페라리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은 드라이버 본인의 말이었다.
"차에 대한 자신이 전혀 없어서 정말 느리다."
— 루이스 해밀턴 (페라리, FP2 팀 무전)
맥라렌의 톱 타임을 두고는 신중한 낙관이 나왔다. 메르세데스가 예선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는 단서가 붙었다.
"맥라렌에게서 본 것에 고무됐다."
— 카룬 찬독 (스카이 스포츠 해설)
메르세데스 쪽은 맥라렌의 속도를 인정하면서, 2026 카의 성격에 대한 관찰을 덧붙였다.
"에이펙스로 들어갈 때는 약간 느리다."
— 조지 러셀 (메르세데스, 2026 카의 코너 진입 특성에 대해)
폴이 중요한 서킷이라는 인식도 분명했다. 안토넬리는 밸런스 개선을 위해 밤새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주말 전 예선 회생 한도가 8.0MJ로 내려간 데 대한 평가도 여전히 유효한 배경이다.
"전에는 사실상 풀스로틀이 아니었다. 이번엔 좀 더 풀스로틀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 막스 베르스타펜 (레드불, 예선 에너지 한도 인하에 대해)
📰 후속 보도와 판정
FP2와 관련해 확보된 스튜어드 조사나 판정은 없다. 이날 판정이 나온 건은 모두 오전 FP1 사안이었고, 세 건 모두 추가 조치 없음으로 종결됐다. 알본과 세르히오 페레스의 마지막 시케인 접촉은 페레스의 버추얼 미러가 작동하지 않아 접근 경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클로징 스피드를 감안하면 어느 한쪽의 전적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해밀턴의 베르스타펜 방해 의혹과 카를로스 사인스의 감속 건도 각각 조항 B1.8.5로 조사됐으나 같은 결론이 나왔다. 사인스의 경우 푸시랩 중이던 크로퍼드를 방해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감속했음이 팀 무전으로 확인됐다.
기술적 배경도 정리해둘 만하다. 이 주말 예선의 랩당 최대 회생 한도는 9.0MJ에서 8.0MJ로 약 10% 내려갔다. 결선 파라미터는 그대로다. 파워유닛 제조사 다섯 곳의 만장일치와 11개 팀·FIA·FOM의 승인으로 단기간에 통과된 건이다. 배경에는 스즈카가 패독 용어로 "하베스팅 푸어" 서킷이라는 점, 그리고 풀스로틀 상태로 배터리를 충전해 직선 끝 속도가 떨어지는 슈퍼 클리핑이 과도하게 필요하다는 FIA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다. FIA는 예선이 "퍼포먼스 챌린지"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행량 자체가 뉴스인 팀도 있다. 애스턴 마틴은 FP1에서 알론소 대신 리저브 야크 크로퍼드를 투입했는데, 혼다 파워유닛 신뢰성 우려로 11랩에 그쳤다. 알론소는 FP2에서 24랩을 채웠다.
🔮 FP3 전망
첫째, 맥라렌의 페이스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자리다. 노리스는 FP2에서 17랩밖에 돌지 못했다. 그가 온전한 세션을 소화했을 때 피아스트리의 톱 타임이 팀 전체의 것인지, 한 대의 것인지가 드러난다.
둘째, 메르세데스가 밤새 무엇을 바꿨는가. 안토넬리는 밸런스에 손볼 것이 있다고 했고, 팀은 마지막 시케인을 예선 개선 포인트로 짚었다. 8.0MJ 한도 아래에서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어디서 회수할지가 이 서킷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페라리와 레드불의 하룻밤. 0.7초와 1.4초는 셋업 한 번으로 지워지는 숫자가 아니다. 특히 레드불은 신규 패키지의 방향성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다.
FP3는 **3월 28일(토) 11시 30분(KST)**에 시작한다. 예선은 같은 날 **15시(KST)**다. 금요일에 열린 창이 토요일에도 열려 있을지, 답은 세 시간 반 안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