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 리뷰] 중국 GP 결승 — 열아홉 안토넬리의 첫 승, 그리고 출발선에 서지 못한 네 대
상하이의 일요일은 시작도 하기 전에 한 번 뒤집혔다. 맥라렌 두 대가 나란히 출발하지 못한 그리드에서, 폴시터 키미 안토넬리는 1코너에서 선두를 내주고도 두 랩 만에 되찾아 생애 첫 그랑프리 우승을 완성했다. 56랩 뒤 메르세데스는 2전 연속 1-2 피니시를 찍었고, 그 뒤에서는 루이스 해밀턴과 샤를 르클레르가 팀 오더 없는 정면 승부를 벌였다.
📌 한눈에 보기
- 우승 — 키미 안토넬리, 폴에서 출발해 1:33:15.607. 52랩 패스티스트 랩(1:35.275)까지 더한 완승.
- 기록 — 19세 202일, F1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그랑프리 우승자. 2006년 말레이시아 이후 첫 이탈리아인 우승이자 최연소 해트트릭.
- 포디움 — 안토넬리·조지 러셀·루이스 해밀턴. 해밀턴은 477일 만의 포디움이자 페라리 이적 후 첫 GP 포디움.
- 최대 사건 — 맥라렌 더블 DNS. 란도 노리스는 개러지에서,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그리드에서 전기 계통 문제로 멈췄다.
- 전략 — 1스톱이 정답. 10명이 하드 타이어로 마지막 스틴트를 45랩 이상 끌었다.
- 챔피언십 — 러셀 51점, 안토넬리 47점. 메르세데스 98점으로 컨스트럭터 선두, 맥라렌은 18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 세션은 이렇게 흘러갔다
출발 전 — 그리드가 비어 갔다
레이스는 22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노리스의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재프로그래밍과 부품 교체 시도가 실패하면서 그리드 합류 시간을 넘겼다. 리콘 랩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그리드까지 도달했던 피아스트리마저 포메이션 랩 직전 비슷한 전기 계통 고장으로 철수했다. 아우디의 가브리엘 보르톨레토는 유압 문제로, 피트레인 스타트가 예정돼 있던 알렉산더 알본도 그리드로 향하는 랩에서 유압 이상이 확인돼 출발을 포기했다. 네 대가 사라진 채 레드 라이트가 꺼졌다.
초반 — 해밀턴의 기습, 안토넬리의 즉답
3그리드의 해밀턴이 1코너에서 메르세데스 두 대를 한꺼번에 삼키며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안토넬리의 반격은 빨랐다. 2랩이 끝나기 전 선두를 회복했고,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랩1의 혼란은 뒤에서도 이어졌다. 아이작 아드자르가 T13에서 스핀했고 올리버 베어만이 이를 피해 나갔다. 아르비드 린드블라드도 초반 T14에서 스핀했다.
중반 — 유일한 세이프티카와 페라리 내전
9랩, 랜스 스트롤의 애스턴 마틴이 T1에서 그대로 멈췄다. 스트롤은 "차가 T1으로 들어가면서 그냥 꺼졌다"고 했고, 팀은 배터리 문제로 설명했다. 이 주말 결승의 세이프티카는 이것이 유일했다. 재시작에서 러셀은 그립 부족을 호소하며 다시 순위를 잃었고, 안토넬리는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레이스의 진짜 볼거리는 3위 싸움이었다. 해밀턴과 르클레르는 상당 구간을 붙어 달리며 여러 차례 순위를 주고받았고, 25~28랩 사이에 절정에 이르렀다. 페라리는 팀 오더를 내리지 않았다.
종반 — 배터리가 갈랐다
45랩, 6위를 달리던 막스 베르스타펜이 멈췄다. 리타이어 사유는 소스마다 쿨런트 누수·ERS 냉각 고장·파워 로스로 표현이 갈렸고, 로랑 메키에스 팀 대표는 "쿨런트 결함"이라고 밝혔다. 앞에서는 해밀턴이 배틀로 소모한 에너지를 관리하며 3위를 지켜냈고, 그사이 러셀은 조용히 2위를 굳혔다. 안토넬리는 52랩에 이 레이스 최속 랩을 찍으며 5.515초 차 승리를 마무리했다.
⚡ 터닝 포인트
이 라운드의 결과를 가장 크게 비튼 사건은 코스 위가 아니라 개러지에서 벌어졌다. 5·6그리드를 확보하고도 한 바퀴도 돌지 못한 맥라렌의 더블 DNS다.
원인은 둘 다 메르세데스 HPP가 공급한 파워유닛의 전기 계통이었지만, 후속 조사는 두 고장이 성격이 다르고 서로 무관하다고 결론지었다. 노리스 쪽은 배터리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배터리를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해당 배터리는 시즌 할당 풀에서 영구 제외됐다. 피아스트리 쪽은 배터리에 연결된 보조 부품의 하드웨어 결함이었고, 수리 후 배터리 재사용에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붙었다. 안드레아 스텔라 팀 대표는 문제 자체는 파악됐지만 근본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실물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장은 두 방향이다. 첫째, 개인 성적. 노리스는 커리어 첫 DNS를 기록했고, 시즌 초반에 배터리 한 개를 잃어 연간 할당의 여유가 줄었다. 피아스트리는 개막전 레이스 전 크래시에 이어 2경기 연속 미출발이다. 둘째, 판도. 맥라렌은 2전을 치르고도 컨스트럭터 3위 18점에 머물렀고, 메르세데스는 98점으로 달아났다. 워크스 메르세데스가 신규정 하 그랑프리 2전과 유일한 스프린트 1전을 모두 쓸어 담는 동안, 같은 엔진을 쓰는 고객팀은 페이스에서도 신뢰성에서도 따라붙지 못했다.
두 번째 분기점은 9랩의 세이프티카였다. 프리뷰 단계의 예상 최적 전략은 미디엄→하드 1스톱, 피트 윈도우는 17~23랩이었다. 약 24초에 달하는 피트 손실을 고려하면 예정보다 이른 무료 정차 기회는 놓치기 아까운 카드다. 결과적으로 1스톱은 정답으로 판명됐고, 10명이 하드로 마지막 스틴트를 45랩 이상 버텼다. 스프린트에서 미디엄과 소프트의 프런트 레프트 그레이닝이 심각했던 것과 달리, 셋업을 손본 결승에서는 마모 한계에 근접하고도 일관성이 유지됐다. 중위권의 순위표가 그리드와 크게 달라진 배경이다.
📊 결과
| 순위 | 드라이버 | 팀 | 그리드 | 기록/상태 | 포인트 | 주요 장면 |
|---|---|---|---|---|---|---|
| 1 | 키미 안토넬리 | 메르세데스 | 1 | 1:33:15.607 | 25 | 스타트에서 선두를 내줬으나 2랩 안에 회복, 이후 무실점. 52랩 패스티스트 랩 |
| 2 | 조지 러셀 | 메르세데스 | 2 | +5.515 | 18 | 스타트와 SC 재시작에서 두 차례 순위 손실 후 2위 복귀 |
| 3 | 루이스 해밀턴 | 페라리 | 3 | +25.267 | 15 | 1코너에서 메르세데스 두 대 추월, 르클레르와의 배틀 끝에 페라리 첫 포디움 |
| 4 | 샤를 르클레르 | 페라리 | 4 | +28.894 | 12 | 25~28랩 팀메이트와 팀 오더 없는 정면 승부, 3위 탈환 실패 |
| 5 | 올리버 베어만 | 하스 | 10 | +57.268 | 10 | 랩1 아드자르 스핀 회피 후 다섯 계단 상승 |
| 6 | 피에르 가슬리 | 알핀 | 7 | +59.647 | 8 | 예선 7위 페이스 그대로 유지, 알핀 더블 포인트의 축 |
| 7 | 리암 로손 | 레이싱 불스 | 14 | +1:20.588 | 6 | 14그리드에서 7위, 주말 합계 8점 |
| 8 | 아이작 아드자르 | 레드불 레이싱 | 9 | +1:27.247 | 4 | 랩1 T13 스핀에서 회복해 포인트 획득 |
| 9 | 카를로스 사인스 | 윌리엄스 | 17 | +11.673 | 2 | 17그리드에서 완주, 윌리엄스 시즌 첫 포인트 |
| 10 | 프랑코 콜라핀토 | 알핀 | 12 | +12.403 | 1 | T2에서 오콘과 충돌에 휘말리고도 10위로 마무리 |
| 11 | 니코 휠켄베르그 | 아우디 | 11 | +21.109 | 0 | 시즌 첫 풀 레이스 완주, 팀이 에너지 관리를 호평 |
| 12 | 아르비드 린드블라드 | 레이싱 불스 | 15 | +22.828 | 0 | 초반 T14 스핀 이후 완주 |
| 13 | 발테리 보타스 | 캐딜락 | 19 | +56.158 | 0 | 큰 문제 없는 주행으로 캐딜락 더블 피니시의 한 축 |
| 14 | 에스테반 오콘 | 하스 | 13 | +1:06.256 | 0 | T2 콜라핀토와 충돌로 10초 페널티 |
| 15 | 세르히오 페레스 | 캐딜락 | 21 | +1:14.641 | 0 | 스타트에서 팀메이트와 접촉, 그럼에도 완주 |
| 16 | 막스 베르스타펜 | 레드불 레이싱 | 8 | Retired | 0 | 6위 주행 중 45랩 리타이어, 팀은 쿨런트 결함으로 설명 |
| 17 | 페르난도 알론소 | 애스턴 마틴 | 18 | Retired | 0 | 20랩께부터 진동 문제, 32랩 리타이어 |
| 18 | 랜스 스트롤 | 애스턴 마틴 | 20 | Retired | 0 | 9랩 T1에서 정차, 이 레이스 유일한 세이프티카 유발 |
| 19 | 오스카 피아스트리 | 맥라렌 | 5 | Did not start | 0 | 그리드 도달 후 포메이션 랩 직전 전기 계통 고장, 2경기 연속 미출발 |
| 20 | 란도 노리스 | 맥라렌 | 6 | Did not start | 0 | 개러지에서 시동 실패, 커리어 첫 DNS |
| 21 | 가브리엘 보르톨레토 | 아우디 | 16 | Did not start | 0 | 유압 문제로 출발 불가 |
| 22 | 알렉산더 알본 | 윌리엄스 | 22 | Did not start | 0 | 그리드로 향하는 랩에서 유압 문제 확인 |
패스티스트 랩: 키미 안토넬리 1:35.275
※ 9위 이하 완주 차량은 F1 공식 클래시피케이션 기준 55랩, 즉 선두보다 1랩 뒤진 상태다. 표의 격차 수치는 같은 랩 내 간격이므로 8위까지의 값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포인트권 열 자리 중 여섯 자리가 그리드보다 높은 순위로 채워졌다. 베어만의 5위는 하스를 컨스트럭터 4위로 밀어 올렸고, 로손의 7위와 사인스의 9위는 각각 레이싱 불스와 윌리엄스에게 주말의 의미를 바꿔 놓았다. 반대로 상위권은 그리드 순서가 그대로 유지됐다 — 상하이의 1.2km 백스트레이트와 오버테이크 모드에도 불구하고, 페이스 차이가 그만큼 명확했다는 뜻이다.
🎙️ 패독의 목소리
우승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이 안 나온다. 솔직히 울 것 같다. 팀에 정말 고맙다. 이 꿈을 이루게 도와준 사람들이다."
— 키미 안토넬리 (메르세데스, 우승)
토토 볼프는 그동안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너무 어리다, 메르세데스에 있을 자격이 없다, 실수를 봐라 — 자, 키미. 우승이다."
— 토토 볼프 (메르세데스 팀 대표)
3위 해밀턴에게는 결과보다 과정이 남았다.
"샤를과의 마지막 배틀은 굉장했다. 훌륭한 휠 투 휠이었고, 아주 공정했고,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 루이스 해밀턴 (페라리, 3위)
맥라렌의 하루는 정반대였다.
"같은 부품에서, 그것도 파워유닛의 전기 계통에서 치명적 문제가 거의 동시에 두 번 발생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이고 이례적이다."
— 안드레아 스텔라 (맥라렌 팀 대표)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배우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 란도 노리스 (맥라렌, DNS)
📰 후속 보도와 판정
결승에서 확인된 트랙 위 판정은 한 건이다. 에스테반 오콘은 T2에서 콜라핀토와 충돌해 10초 페널티를 받았고, 본인도 "프랑코와의 간격을 잘못 봤다.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하드 타이어에서 좋은 페이스를 갖고도 14위로 끝난 이유다.
가장 많은 후속 취재가 붙은 쪽은 역시 맥라렌이었다. 메르세데스 HPP와의 공동 조사로 두 고장의 성격이 갈렸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맥라렌 CEO 잭 브라운은 같은 날 알링턴에서 열린 인디카 라운드 출발을 앞두고 FOX 스포츠(윌 벅스턴)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오늘 출발만 한다면 어젯밤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전날 밤 상하이의 더블 DNS를 에둘러 언급했다.
레드불의 진단서는 더 두꺼웠다. 메키에스는 "성능 측면에서 우리 패키지에 상당한 결함이 드러났다"고 인정했고, 베르스타펜은 차를 "운전 불가능"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매 랩이 생존 같았다고 했다. 분석 기사들은 리어 안정성과 에어로 로드 부족, 그리고 경쟁팀보다 훨씬 낮은 속도대에서 에너지를 회생해야 하는 구조를 지목했다. 직선 최고 속도는 메르세데스와 동등한데도 선두 대비 랩당 약 2초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규정 쪽 논의도 이 라운드에 걸려 있었다. FIA 싱글시터 디렉터 니콜라스 톰바지스는 에너지 매니지먼트 규정을 중국 GP 이후 재검토하겠다고 확인하면서 "우리에게는 몇 장의 히든카드가 있다. 다만 개막전을 앞두고 꺼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상하이는 재충전 허용량 최상위 티어(9MJ)에 속하는 서킷이었고, FIA는 이곳에서 나온 데이터를 재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 다음 라운드 — 일본 GP 전망
- 메르세데스의 3연속 1-2가 가능한가. 2전 연속 1-2를 완성한 메르세데스는 이제 팀 내부의 서열 문제를 안게 됐다. 러셀 51점, 안토넬리 47점. 4점 차다.
- 해밀턴의 스즈카. 일본 GP 5회 우승자가 페라리에서의 첫 승을 노린다. 상하이에서 되찾은 포디움 감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 타이어와 회복전. 스즈카에는 시즌 처음으로 최경질 C1이 투입되고, 재포장된 섹터 2·3의 그레이닝 우려가 남아 있다. 맥라렌과 레드불 모두 여기서 반등을 증명해야 한다.
일정은 FP1 3월 27일(금) 11:30, FP2 같은 날 15:00, FP3 3월 28일(토) 11:30, 퀄리파잉 28일 15:00, 결승 3월 29일(일) 14:00(이상 KST). 상하이에서 한 명의 챔피언 후보가 태어났다면, 스즈카는 그 이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자리다.